화, 마음 너그럽게…맺히면 병 됩니다
살다보면 “울화가 치밀어서 못 살겠다”고 가슴을 치면서 한숨을 몰아쉬는 모습을 종종 본다. 울화란 억울한 감정을 제대로 발산치 못하고 참는 가운데 생긴다. ‘화병(火病)’은 이런 울화가 쌓여 생긴 질환이다.
“화는 모든 불행의 근원이며, 화가 풀리면 인생도 풀린다”. 독특한 걷기 명상수련으로 유명한 베트남 출신의 고승 틱낫한의 말이다. 그의 방한을 계기로 만병의 근원인 가슴 속 화를 삭이는 법을 알아본다.
◇화병이란=화병은 6개월 이상의 정신적인 충격이나 갈등 등에 의해 교감신경의 지나친 흥분과 스트레스, 호르몬의 과도한 분비로 정신적 육체적 이상 증상이 나타나는 질환이다. 가난, 시집살이, 배우자의 외도, 사업 및 승진실패, 사기당함, 부당한 패소 등으로 좌절·불안·우울·분노·공포 등의 감정이 복합돼 생긴다.
가슴의 한가운데 부위를 손으로 눌러서 아프다면 화병일 가능성이 높다. 또 두통, 어지럼증, 손발 마비감, 얼굴의 열기와 가슴이 뛰고 치밀며 목이나 가슴에 덩어리가 느껴질 때 화병을 의심할 수 있다. 우울, 불안, 신경질, 짜증 등이 자주 나타나고 잘 놀라거나 쉽게 화가 폭발하는 경우도 마찬가지다. 치료하지 않고 오랜 기간 방치하면 두통, 불면증, 어지럼증, 흉통, 불안신경증, 비만증, 고혈압, 당뇨병 등이 생길 수 있다. 더 심해지면 정신착란증, 협심증, 심근경색, 중풍 등의 질환으로 진행한다.
주로 30대말~50대말 연령대에 잘 생기며, 여성에게 특히 많다. 최근 들어 화병은 경제난으로 인한 심리불안·생활고·가정불화가 주범인 경우가 많아졌다. 이전에는 전통적으로 감정을 억누르게 하는 유교문화가 주된 요인이었다. 상하 위계질서가 엄격해 억울한 감정을 터놓고 표현할 수 없는 분위기가 화병을 일으킨다는 것이다. 또한 분노, 냉소, 공격성 등에 바탕한 적대감도 화병을 불러온다.
화병이 있으면 스트레스호르몬이 과잉분비 돼 면역력이 약해진다. 이에 따라 고혈압, 중풍, 당뇨, 심장병 등의 성인병에 잘 걸리게 마련이다.
◇어떻게 치료하나=화가 난다고 하여 화를 바로 폭발하는 것은 또 다른 화를 만드는 일이다. 그렇다고 화를 계속 참는 것도 바람직하지 않다.
틱낫한 스님은 “타인을 응징하는 것은 지혜로운 전략이 아니라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며 “서로 협의를 통해 화를 보살피기 위한 전략을 이끌어내야 한다”고 충고했다. 미국 하버드대 패트리셔 엥 박사는 “분노를 웬만큼 드러내는 사람이 참는 사람보다 심장마비 위험이 50% 이상 줄어들고, 뇌졸중 발생률도 낮았다”고 밝힌 바 있다.
순간적인 화를 조절하는 법을 익혀야 한다. 근육이완법이나 기공법을 활용하면 좋다. 근육이완법은 전신의 근육을 하나씩 긴장했다가 풀어주는 방법이다. 약물요법은 쌓여 있는 스트레스를 풀어주는 약물, 화가 올라간 것을 식혀주는 약물, 수(水)와 화(火)를 조절해주는 약물을 활용한다. 또 환자의 체질을 구분하여 체질에 맞는 약물을 투여하는 체질 약물요법도 있다.
침요법은 화가 올라간 것을 식혀주는 침과 증상을 신속히 개선해주는 침과 함께 체질적인 균형을 찾아주고 자율신경을 안정하게 도모하는 태극침법과 이침요법을 활용한다. 뜸요법은 만성적인 경과를 밟아 원기를 보충해 준다. 부항요법은 스트레스로 말미암아 형성된 기의 응어리를 풀어 순환시킨다. 라벤더, 일랑일랑, 제라늄, 페퍼민트, 센달우드 등으로 만든 오일을 가슴 주위에 마사지하거나 물에 섞어 목욕하는 향기요법도 도움된다.
◇예방이 중요=화병을 막으려면 무엇보다 마음을 너그럽게 갖도록 노력해야 한다. 매사에 긍정적인 생각과 태도로 생활하며 화를 조절하고, 화가 폭발한 경우에는 빨리 마음의 안정을 찾고 화를 해소시켜야 한다. 명상이나 기공 등이 마음의 안정에 도움이 될 수 있다. 운동이나 취미 생활도 속에 맺힌 화를 푸는 데 효과적이다. 또한 정신과 육체는 불가분의 관계로 서로 영향을 주고받는다. 신체가 건강하지 못하면 스트레스에 대한 저항력이 떨어지고, 감수성이 예민해져 쉽게 화병이 생길 수 있다. 〈도움말: 경희의료원 한방병원 신경정신과 김종우 교수, 꽃마을한방병원 한방1내과 구본수 과장〉
■화기 내쫓는 기공체조
1 기본동작:우선 편안한 마음을 가지고 양다리를 어깨 넓이로 벌려 똑바로 선다. 코로 숨을 들이마시면서 손바닥을 위로 향해 큰 원을 그리며 머리 위까지 올린다. 숨을 충분히 들이마신 뒤 입으로 내쉬면서 손바닥을 아래로 향해 천천히 몸의 안쪽으로 아랫배까지 내린다. 이 동작을 3회 정도 반복하면 기가 안정된다.
2 심기 배출법:숨을 들이마시면서 손바닥을 위로 해 몸의 중앙을 따라 심장 부위까지 올린다. 숨을 충분히 마시고 나서 입으로 내쉬면서 손을 한바퀴 돌려 손바닥을 위로 향해 머리 위로 올린다. 이때 “허어”하고 소리를 낸다. 이 동작은 심장에 쌓여 있는 화기를 밖으로 배출케 한다. 이 동작은 5회 정도 반복한다.
3 폐기 배출법:숨을 들이마시면서 손바닥을 위로 하여 몸의 중앙을 따라 심장부위까지 올린다. 숨을 충분히 마시고 나서 입으로 내쉬면서 손바닥이 밖을 향하도록 하면서 손을 밖으로 뻗는다. 이때 “쉬이”하고 소리를 낸다. 이 동작은 기가 막힌 것을 밖으로 뿜어내는 것으로 폐 부위에서 손을 한바퀴 돌리면서 폐 속 화기를 내보낸다. 5회 정도 반복한다.
4 마무리 동작:심장과 폐장의 기운을 밖으로 내보내고 난 뒤 다시 기를 안정시키기 위해 기본동작을 3회 반복한다.
▲‘어린이 화병’사랑이 약
성인들만 앓는다던 화병 증세가 요즘에는 어린이에게서도 흔히 나타난다고 한다.
특히 가정에서 갖은 응석을 부리며 자란 아이들이 유치원이나 학교라는 작은 사회생활 속에서 원하는 것을 뜻대로 이루지 못했을 때 심한 좌절과 우울, 스트레스를 겪어 화병으로 이어진다.
이런 아이는 대개 짜증, 신경질을 부리기 시작하면서 잘 먹지 않는다. 먹어도 소화장애를 호소하고, 변비 등에 시달린다. 또한 가슴이 답답하고 숨이 차다고 호소한다. 말을 더듬거나 발음 장애 등 언어장애, 틱, 학습장애 등도 일어날 수 있다.
성인 화병은 어느 정도 스스로 정신 수양으로 조절이 가능하다. 어린이 화병은 무엇보다 부모의 따뜻한 관심과 애정이 가장 좋은 치료제다. 물론 아이에게 보내는 관심이나 기대가 과도해서는 안된다.
어른과 마찬가지로 화를 삭이고 정체되어 있는 기운을 풀어주는 약물을 처방하거나, 침이나 부항요법을 쓴다. 집에서 구기자차나 녹차, 대나무 잎으로 만든 죽엽차 등을 마셔도 열을 내려주고 마음을 안정시키는 효과를 볼 수 있다. 〈도움말: 도원아이한의원 채기원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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